[소설 리뷰] 동창생 - 히가시노 게이고
크레마가 아니라 리디 페이퍼 프로에서 읽는 전자 서적. 비록 언니의 북리더지만 꽤 가볍고 액정도 커서 좋네.
「히가시노 게이고」를 검색하면, 알라딘 기준의 국내 도서가 166권. 분권도 있고 절판 후에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판된 책이 있는 점을 감안해도 절반인 80권 정도는 나온 것 같고 아직 국내에서 출판되지 않은 책도 있으니 거의 90100권에 이르는 책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1985년 데뷔 이후 35년 동안 100여 권 가까운 책이라니 1년에 2~3권은 쓴 셈이지만 이 작가의 집필 속도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나저나 출간된 책 가운데 나는 반쯤은 읽은 것 같아서 40권쯤 읽었다고 하면 단일작가로 이만큼 읽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그 때문에 도대체 무슨 책을 읽었고 무슨 책을 읽지 않았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 읽은 동급생 역시 내가 읽었다고 믿었는데 시놉시스를 낯설어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고 한다(아마 비슷한 느낌의 학원물인 방과 후로 착각한 게 아닐까). 마침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이 있어서 빨리 읽게 됐다.고교생 니시하라는 같은 학교 여학생인 미야마에 유키코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당시 유키코는 임신 중이어서 마치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듯 서둘러 이동하다 차에 치였다고 한다. 니시하라는 당시 상황을 살피던 중 학교 선생님인 미사키가 관련돼 있음을 확신하고 수업 중 그녀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며칠 후, 미사키가 니시하라의 반의 교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순식간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고 형사가 집까지 드나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에서 니시하라는 혼자 조사를 거듭한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여 상황은 혼돈으로 치닫는데…
소설 속 니시하라는 미야마에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거기서 독자적으로 조사를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솔직하게 밝혀내 수업 중 교사를 추궁하고, 순식간에 책임감 있는 그야말로 영웅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러나 책임감으로 포장된 그의 감정은 죄책감에 훨씬 가까운 것이어서 그는 자신이 한 하나의 거짓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반복하게 되며 그로 인해 점점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그가 감추고 싶은 거짓말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그가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호기심에서 책을 읽고 있지만, 사실 니시하라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모순되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정당하게 보이려고 안달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다지 공감도 가지지 못하고,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하는, 더구나 입장의 한계가 명확한 채로 조사이기 때문에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상황적으로 그와 대립하는 미조구치 형사의 본분에 충실한 모습이 훨씬 호감이 갔다. 보통은 전개로 다소 답답하더라도 결말 부분에 가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납득할 이유가 밝혀지면서 일부분이라도 공감하게 되는데, 그 이유조차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서 더 복잡한 기분이다.
실은,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므로, 아무래도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이동중에 틈이 있을 때마다 읽었는데, 등장 인물의 행동의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에서도 애매하고 성장소설에서는 애매한 느낌? 그래도 거짓말 하나를 감추려면 몇 가지 더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했던지. 비교적 작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고민하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인데, 정말 그 짜증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공감은 좀 생긴 것 같고… 분량이 많지 않은 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인 만큼 가독성이 좋아 단시간에 시간을 보내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